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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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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책만드는공장/2003년(초판)/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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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567

* 영화로 보는 세상

* 장재선/책만드는공장/2003년(초판)/275쪽

*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프리즘을 통해서 무지개 빛깔로 사람의 눈에 비치듯, 영화는 삶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보인다. 몇 개의 잣대 위에서 좋게 평가되든 나쁘게 평가되든 영화는 나름대로 자리를 지킨다. 영화가 왜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지 그 까닭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세상을 들여다볼 틈은 턱없이 모자라게 마련이다. 바로 그런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 '영화로 보는 세상'이다. 거기에는 영화 같은 삶, 삶 같은 영화가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삶을 향해 돌아 눕는 영화
'영화로 보는 세상'에서 기자이자 작가인 장재선은 기자의 차가운 눈과 작가의 따뜻한 가슴을 함께 보여 준다. 시간을 거슬러오르고, 공간을 넘나들며,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세상살이의 양끝을 오가는 그의 걸음걸이는 뜻밖에 가볍다. 그러나 그 가벼움은 단지 무게가 '많고 적음'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가 퍼올린 영화 이야기 속에서 눈물과 웃음은 끝내 점점이 흩어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이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거리는 떨어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그 사이에 놓인 틈을 꿰뚫는다는 점에서 삶의 한가운데를 뚜렷이 바라보고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치도곤한 삶을 버텨내는 노동자, 지리멸렬한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월급쟁이, 휘황한 어둠에 갇힌 여배우, 우울한 희극을 벌이는 정치가, 꿈꾸는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선은 폭넓게 펼쳐져 있다.

영화를 보듬고 세상과 악수하라
90편에 가까운 영화를 그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수박 겉 핥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기 쉬운 영화 관련 책들의 내용과 견줄 때 그의 시각은 냉정하지만 따뜻하고, 쉽지만 녹녹하지 않다. 그가 '관음증'이라는 말로 영화를 풀어냈을 때의 그것과, '영화로 보는 세상'에서 보여 주는 '관음증 속의 관음증'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그는 '나의 왼발'의 주제는 장애 극복이 아니라 인간 존엄의 확인이라고 하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권력에 대한 쓸쓸한 우화라고 표현한다. '애마부인'의 진지한 주제는 여배우의 육감적인 가슴 사이에 묻혔다고 얘기하는가 하면, 남근(男根) 중심 사회에 총구를 겨누는 '델마와 루이스'에 주목하기도 한다.
그가 '영화로 보는 세상'에서 불러오는 사람들은 평범한 관음증을 가진 지금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 향해 필자는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듬고 세상과 악수하라."

*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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